
피식 대학은 서울의 정서와 일상, 그리고 공감형 개그코드를 바탕으로 2030 세대를 사로잡은 대표 유튜브 콘텐츠 채널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깃든 라이프스타일과 세대별 감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냄으로써 웃음과 동시에 뭉클한 공감까지 유도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피식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서울의 도시성과 일상을 반영하고, 고유한 개그코드를 구축했는지 상세히 살펴본다.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유튜버 피식 대학의 공간감
피식 대학은 콘텐츠 전반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매우 능숙하게 활용한다. 단순히 영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이 아닌, 그 도시가 지닌 정서, 특징, 문화까지도 적극적으로 담아낸다. 대표 콘텐츠 ‘B대면 데이트’는 최준이라는 캐릭터가 서울 각지의 카페, 거리, 상업지구에서 인터뷰나 데이트를 하는 구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강남의 세련됨, 홍대의 자유로움, 연남동의 감성, 을지로의 레트로 분위기 등 서울의 지역성이 콘텐츠 분위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최준이 강남역 인근에서 ‘느끼한’ 멘트를 던지며 데이트하는 장면은 강남이라는 공간이 가진 ‘과시적이고 경쟁적인 연애 문화’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또 을지로 골목의 조용한 노포에서는 그가 한층 진지한 감성으로 돌변하는 장면도 연출되는데,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서울은 또한 피식 대학이 다루는 인물 군상의 핵심 배경이다. 예컨대 '피식 쇼'나 '피식 한밤' 시리즈에서 보이는 사무실, 회의실, 출퇴근 지하철 장면 등은 대도시 직장인의 피로와 루틴, 무기력함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영상 속 직장인들은 단지 ‘개그’의 도구가 아니라, 오늘도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복제본처럼 느껴질 정도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경쟁과 속도, 관계의 밀도가 피식 대학 특유의 캐릭터 설정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05학번이 돌아왔다’ 시리즈 역시 서울 대학가의 문화와 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신촌 거리, MT 장소, 학교 앞 술집 등은 모두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한 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이처럼 피식 대학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무대’로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성격과 캐릭터의 감정선을 조절하는 ‘정서적 장치’로 활용한다. 따라서 피식 대학은 도시를 공간이 아닌 ‘콘텐츠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일상: 누구나 겪을 법한 공감의 순간들
피식 대학의 핵심은 ‘일상의 재현’이다. 특히 MZ세대가 살아가는 현실, 직장인과 대학생, 중년과 청년 사이의 정서적 간극을 개그로 풀어낸다. 영상 속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마치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을 법한 리얼함을 갖고 있다. 대본이 있더라도 배우들의 연기와 설정이 매우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상황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식 쇼’에서는 상사와의 미묘한 갈등, 발표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 회식자리에서의 위선과 눈치보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정승빈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표정과 말투, 심지어 눈동자의 움직임 하나까지 실제 직장인의 모습을 정밀하게 흉내 낸다. 관객은 웃으면서도 "저건 우리 회사 이야기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는 지방 소도시 중년 남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다. 이들은 산을 타고, 시장에서 국밥을 먹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수다를 떠는 전형적인 ‘아재’들이다. 그러나 이 일상은 그저 단조롭거나 단순하지 않다. 그 속에는 중년 남성의 외로움, 허세, 과거의 향수, 현재의 고단함이 섞여 있다. 시청자들은 웃다가도 어느 순간 먹먹함을 느끼게 되며, 이것이 바로 피식 대학이 가진 진정한 공감 능력이다. ‘05학번이 돌아왔다’ 시리즈는 대학시절의 추억을 풀어낸다. 하지만 단순히 MT의 술자리나 수업 장면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의 감정, 불안정한 연애, 조별과제의 스트레스, 취업에 대한 고민 등 현실적 감정을 유머로 포장해 전달한다. 이 시리즈를 본 30대 시청자들은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고, 현재 대학을 다니는 이들은 “우린 여전하구나”라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결국 피식 대학의 일상 재현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상황극’이 아니다. 그들이 다루는 소재는 철저히 현실적이고,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다. 이 공감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피식 대학을 단순한 유머 채널이 아닌 ‘현실 반영형 감성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개그코드: 진지함과 B급 감성의 절묘한 균형
피식 대학의 개그코드는 명확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B급 유머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지한 메시지와 절제된 연기가 존재한다. 이는 피식 대학이 단순히 웃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불편한 진실’을 유쾌하게 꺼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캐릭터 ‘최준’은 달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멘트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한다. “오늘도 당신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같은 말이 거슬리면서도 듣고 싶고, 웃기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가 진심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진심과 허세’, ‘관심과 집착’의 경계에 존재하면서도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그 미묘한 균형이 시청자로 하여금 웃음과 동시에 심리적 혼란까지 느끼게 만든다. 또 다른 캐릭터인 문상훈은 과장된 억양, 오버된 표정, 절묘한 타이밍으로 ‘과장된 현실’을 표현한다. 그는 억지 설정 없이도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분위기를 바꿔버린다. 직장인 캐릭터일 때는 얄밉지만 웃기고, 산악회 캐릭터일 때는 허술하지만 정겹다. 이처럼 각 배우의 개그코드는 단순한 유행어나 행동이 아니라, 연기 디테일과 설정의 정교함에 기초한다. 피식 대학은 자막이나 효과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튜브 예능 콘텐츠는 빠른 편집, 강한 배경음, 자막 이펙트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피식 대학은 오히려 ‘여백’을 활용한다. 조용한 카페의 침묵, 어색한 공기, 상대방이 대답하기 전의 정적이 오히려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는 시청자가 ‘스스로 상황을 해석하고 느끼게’ 만드는 연출 방식이며, 기존의 과한 개그문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무엇보다 피식 대학의 개그는 시청자와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피식 팬덤은 단순히 ‘재밌는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하며 콘텐츠를 기다린다. 이러한 구조는 피식 대학이 단순한 유머 콘텐츠 채널이 아니라,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브랜드형 유머 채널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피식 대학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성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콘텐츠에 정밀하게 녹여내며 유튜브 내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들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웃음을 만들며, 현실적인 묘사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단순히 순간적인 유행을 노린 개그가 아닌, 사회와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고 세대 간의 간극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는 피식 대학. 앞으로도 이들의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식’하는 유쾌함과 진한 공감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